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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인포 피아노 인포

피아노 연습, 곡이 익숙해지면 왜 자꾸 딴생각이 날까?

피아노를 치면서 “좀 있다 뭐 먹지”, “연습 끝나고 친구한테 연락해야지” 같은 생각을 한다는 학생이 있었다. 평소 연습할 때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무대에서도 다른 생각이 난다고 했다. 이미 곡을 어느 정도 만들어 무대에 서본 학생이었다. 음도 익혔고 음악의 흐름도 잡혀 있었다. 그냥 쳐도 어느 정도 음악이 되니, 연주하는 동안 다른 생각이 들어와도 손은 계속 움직였다. 나는 이 학생에게 연습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지금 연주하면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일이 먼저라고 봤다.

곡이 익숙해진 뒤에는 다음 목표가 필요하다

곡을 처음 배울 때는 해야 할 일이 비교적 분명하다. 악보를 읽고, 어려운 부분을 익히고, 강약과 프레이즈를 만들어간다. 학생도 안 되던 부분이 되거나 곡이 연결되면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아차리기 쉽다. 그런데 어느 정도 연주가 되기 시작하면 그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지금까지는 곡을 익히고 음악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 단계를 지나고도 같은 방식으로 반복하는 것이다. 손은 익숙하게 움직이지만 자신이 내는 소리를 세부적으로 살피는 일은 줄어든다. 이 학생도 연습에 더 집중하는 것보다 시간을 늘리는 편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오래 치는 동안 무엇을 하고 있는지부터 이해시키려고 했다. 이미 할 수 있는 연주를 반복하는 시간과, 그 안에서 소리를 더 구체적으로 만드는 시간은 다르게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는 어떤 게 좋아?”라고 묻기 시작했다

배우는 단계에서는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어디에서 커지고 작아지는지, 어떤 소리로 이어가야 하는지 레슨에서 배우고 따라 해보면서 곡을 만든다. 하지만 어느 정도 연주가 되면 학생 자신의 생각도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너는 어떤 게 좋아?”라는 질문을 많이 했다. 강약을 더 섬세하게 만들고, 음악에 이야기를 붙이고, 소리가 어떻게 달라졌으면 하는지 생각하게 했다. 선생님이 알려준 표현을 기억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음악을 고르게 한 것이다. 물론 악보의 표시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치라는 뜻은 아니다. 같은 악상을 표현하더라도 소리가 변하는 과정과 프레이즈를 이어가는 느낌을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음악에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자신이 떠올린 흐름을 실제 소리로 어떻게 들려줄지 고민하는 일이다. 이때 학생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지금 음악을 표현하는 사람이 본인이라는 점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표현을 생각하기 시작하니, 연주를 더 돌아보고 생각하면서 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집중할 범위는 음악을 놓치는 지점을 보며 정한다

표현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고 곡 전체에서 곧바로 집중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작할 때는 생각하며 치다가도 어느 순간부터 익숙한 대로 지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음악에서 지켜야 할 부분을 어디까지 챙기고 있는지 확인했다. 짧은 구간에서도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면 범위를 더 짧게 잡았다. 한 프레이즈를 보기도 하고, 한 장을 이어서 치게 하기도 했다. 몇 마디씩 정해진 순서로 늘리기보다, 그 학생이 어디에서 음악을 놓치는지에 따라 범위를 달리했다. 오랫동안 학생을 가르치다 보면 눈빛에서 집중이 달라지는 듯한 순간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그런 모습도 살피면서 실제 연주에서 챙기던 표현이 어디서부터 흐려지는지 함께 확인했다. 끝까지 멈추지 않고 쳤다는 것만으로 집중해서 연주했다고 보지는 않았다. 가령 한 프레이즈의 강약 변화를 더 섬세하게 만들기로 했다면, 처음 몇 음에서만 신경 쓰고 끝부분은 그냥 지나가지 않았는지 들어볼 수 있다. 처음에 생각한 표현이 끝까지 소리로 이어지는지를 보는 것이다.

혼자 피아노 연습할 때,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혼자 연습한다면 시작하기 전에 한 구간을 고르고, 그 안에서 바꾸고 싶은 소리를 구체적으로 정해보자. 막연히 “오늘은 집중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무엇을 들으며 칠지 분명해진다. 한 번 친 뒤에는 곧바로 같은 구간을 반복하기보다, 방금 정한 표현이 실제로 들렸는지 돌아본다. 중간부터 놓쳤다면 그 부분을 포함해 범위를 줄여볼 수 있다. 짧게 쳐도 생각한 소리를 끝까지 챙기기 어렵다면 더 작은 구간부터 살펴보면 된다. 자신의 연습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보는 방법도 있다. 표정이나 시선만으로 집중 여부를 판단하기보다는, 연주할 때 기억하는 자신의 생각과 영상에서 들리는 소리를 함께 비교해보는 것이다. 의도한 변화가 어디에서 흐려지는지 확인하는 자료로 쓰면 좋겠다. 무엇부터 살펴야 할지 막막하다면 다음 질문 중 지금 연습에 필요한 것을 골라보자.

  • 이 프레이즈의 강약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싶은가?
  • 내가 떠올린 음악의 이야기가 어느 부분에서 소리로 드러나는가?
  • 처음에 의도한 표현을 어디까지 생각하며 연주했는가?
  • 어느 지점부터 듣고 판단하기보다 익숙한 대로 치고 있었는가?

연습시간을 채우기 전에 연주할 이유를 만든다

이 학생에게 필요했던 것은 더 오래 앉아 있으라는 말이 아니었다. 이미 어느 정도 만들어진 곡 안에서도 생각하고 선택할 것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평소에는 다른 생각을 하며 반복하다가 무대에서만 온전히 집중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나는 곡을 익힌 뒤에도 학생에게 어떤 표현이 좋은지 묻는다. 선생님이 정해준 것을 잘 지켰는지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소리가 무엇인지 생각했으면 하기 때문이다. 곡이 익숙해졌을 때는 “이제 칠 수 있다” 다음에 물을 말이 필요하다. “그럼 나는 이 곡을 어떻게 들려주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그다음 연습을 시작하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nsoul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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