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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콩쿠르 심사평, 평소 레슨과 다른 말처럼 느껴진다면?

콩쿠르나 평가회에 다녀온 학생이 심사평을 붙잡고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평소 레슨에서 계속 듣던 내용인데도, 쓰인 단어가 다르니 새로운 지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학생은 그 평가에 맞춰 연습하려고 애쓰지만, 정작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는 잘 모른다. 그날 레슨에서 배운 내용보다 평가서의 문장을 혼자 이해하는 데 더 신경 쓰기도 한다. 나는 이런 모습을 보면 평가서를 함께 읽는다. 심사평의 어떤 말이 평소 우리가 연습하던 내용과 연결되는지 짚어주기 위해서다.

표현이 다르다고 다른 지적인 것은 아니다

레슨에서는 학생이 바로 이해하고 연주해볼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말하는 편이다. 어느 음에서 소리를 더 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작아져야 하는지, 끝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악보의 해당 부분을 짚어가며 설명한다. 반면 심사평에는 그 내용이 짧은 음악 용어로 적혀 있기도 한다. 학생은 자신이 수업에서 들었던 말과 다르니, 지금까지 해온 연습과 별개의 주문으로 받아들인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계속 주의하라고 했던 내용이라 당황스럽지만, 학생에게는 두 표현이 아직 연결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이것도 전에 말했잖아”라고만 하면 무엇이 같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나는 평가서의 문장을 읽고, 평소 자주 했던 말과 그때 연습했던 구간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단어의 뜻만 설명하기보다 그 말이 실제 연주에서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려주는 과정이다.

‘프레이즈를 살리라’는 말은 이미 연습하던 내용일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심사평에 “프레이즈를 더 살리세요”라고 적힌 경우를 생각해보자. 실제 평가서를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고, 레슨의 말과 심사평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기 위한 예시다. 나는 어떤 구간을 가르칠 때 ‘한 호흡으로 연주하라’는 말보다 “여기는 작게 시작하고, 고음이나 긴 음에서 더 표현해줘. 끝으로 가면서 작게 마무리하고 숨을 쉬어”처럼 풀어서 설명한다. 그런 흐름으로 배우던 구간이라면 시작부터 끝까지 소리의 변화를 만드는 연습이 프레이즈를 살리는 일과 연결된다. 학생은 강약과 마무리를 각각 지켜야 할 사항으로 기억했을 수 있지만, 심사평에서는 그것을 프레이즈라는 말로 묶어서 표현했을 수 있다. 이때 나는 우리가 어느 부분을 어떻게 연습했는지 다시 짚어준다. 모든 프레이즈를 작게 시작해서 고음에서 키우라는 뜻은 아니다. 곡과 악보에 따라 표현은 달라지므로, 평가 문장을 지금 배우는 구간에 맞춰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적받은 내용을 평소 연습과 연결해준다

평소 주의하라고 했던 내용이 심사평에도 나왔다면, 나는 그 부분을 함께 읽으며 설명한다. “여기 우리가 계속 조심하던 내용이 똑같이 나왔네. 그래서 이 부분은 한 번 됐다고 넘기지 말고 계속 연습하자고 했던 거야”라는 식이다. 학생이 평가서를 보고 전혀 새로운 방법을 찾기 전에, 이미 배운 연습이 무엇을 고치기 위한 것이었는지 돌아보게 한다. 같은 지적이 나왔다고 무조건 연습을 안 했다고 판단할 일은 아니다. 연습에서는 나아졌어도 그날 연주에서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을 수 있고, 학생이 이해했다고 생각한 부분을 다시 확인해야 할 수도 있다. 평가가 어느 구간을 가리키는지 분명하지 않다면 문장만으로 단정하지 않고, 가능하면 당시 녹음이나 영상도 함께 살펴보면 좋다. 평소 레슨과 실제로 다른 의견이 담겼을 때도 억지로 같은 뜻이라고 맞추기보다, 어느 부분에서 해석이 달라지는지 따로 이야기해야 한다.

좋은 평가도 어떤 연습의 결과인지 짚어준다

평가서를 읽을 때 고칠 점만 설명하지는 않는다. 좋다고 적힌 부분도 “우리가 평소 이렇게 연습했던 걸 좋게 들으신 거야”라고 연결해준다. 학생은 칭찬을 받으면 기분은 좋아도, 자신의 연주에서 무엇이 잘 전달됐는지 구체적으로 모를 수 있다. 그때 어떤 소리와 표현을 만들려고 연습했는지 떠올려보면 좋은 평가도 다음 연습에 쓸 수 있는 내용이 된다. 지적받은 부분을 고치느라 잘된 표현까지 무심코 바꾸지 않도록, 무엇을 유지할지도 알아두는 것이다. 나는 학생이 평가서를 읽고 부족한 점만 잔뜩 찾기보다, 지금까지 해온 연습 중 어떤 부분이 연주로 나타났고 어떤 부분은 더 다듬어야 하는지 구분했으면 한다. 그래야 평가를 받은 뒤에도 자신의 연습 방향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심사평을 읽은 뒤에는 연습할 내용이 남아야 한다

심사평의 낯선 단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그 문장만 오래 들여다본다고 연습할 일이 저절로 정해지지는 않는다. 평가서를 레슨에 가져갈 때는 이해가 안 되는 표현을 표시하고, 평소 배운 내용 중 무엇과 연결되는지 물어보면 좋다. 설명을 들은 뒤에는 해당 구간과 확인할 내용을 악보나 레슨 노트에 짧게 남겨두면 혼자 연습할 때 다시 찾아보기 편하다. 다음 질문을 기준으로 평가서를 읽어볼 수 있다.

  • 이 평가는 곡의 어느 구간이나 어떤 소리를 가리키는가?
  • 평소 레슨에서 들었던 어떤 설명과 연결되는가?
  • 이미 배운 연습 방법 중 무엇을 다시 적용하면 되는가?
  • 좋은 평가를 받은 표현은 다음 연주에서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학생이 평가서를 읽고 “프레이즈를 살려야 한다”는 말만 기억하기보다, 악보를 펴고 어디서 어떤 소리를 다시 만들어볼지 알았으면 한다. 심사평의 문장이 자기 연습으로 이어지는 것은 그때부터라고 생각한다.

ensoul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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