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t.는 느려지는 거라는데, rall.과 riten.은 뭐가 다를까?
피아노를 배우는 학생에게 rit.가 나오면 대부분 “느려지라는 뜻이죠?”라고 한다. 그런데 rall.이나 riten.이 나오면 조금 달라진다. 둘의 차이를 잘 모르다 보니 그냥 rit.와 비슷하게 느려지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막상 “점점 느려지게 해봐”라고 하면 이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얼마나 느려져야 하는지, 어느 순간부터 느려져야 하는지 학생 입장에서는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표시를 설명할 때 어려운 말부터 이야기하기보다 학생이 직접 떠올릴 수 있는 쉬운 상황을 예로 들어주는 편이다.
rit.는 그냥 갑자기 느려지는 게 아니다
rit.는 ritardando의 줄임말로, 음악의 흐름을 유지하면서 점점 느려지는 것을 말한다. 나는 학생에게 자동차가 달리다가 천천히 속도를 줄이는 모습을 떠올려보라고 한다. 갑자기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속도가 줄어드는 것이다.
달리던 사람이 걷는 것으로 바뀌는 것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빠르게 달리다가 조금씩 속도가 줄어들고,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걷게 된다. 학생에게 이런 장면을 먼저 떠올리게 하면 ‘점점 느려진다’는 말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rall.은 느려지면서 조금 더 여유가 생긴다
rall.은 rallentando의 줄임말이다. 이것도 느려지는 표시이지만, 나는 학생에게 rit.와 똑같이 생각하지 말라고 설명한다. 단순히 속도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흐름에 조금 더 여유가 생기는 느낌으로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걷다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는 장면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냥 걷는 속도가 느려진 것이 아니라 주변을 바라보면서 걸음도 조금 느려지고, 시간도 조금 더 여유롭게 쓰게 된다. 학생이 이런 느낌을 이해하면 rall.이 나왔을 때 단순히 기계적으로 속도만 늦추는 것과는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다.
riten.은 계속 느려지는 것이 아니다
riten.은 ritenuto의 줄임말이다. 이것 역시 학생들이 rit.와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잠깐 붙잡는다’는 느낌으로 설명한다. 계속해서 점점 느려지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이번에는 걷다가 중요한 것을 발견해서 잠깐 멈춰 바라보는 장면을 생각해보면 쉽다. 계속 느려지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잠시 붙잡았다가 다시 음악의 흐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riten.이 있는 곳에서는 무조건 이후까지 계속 느려지는 것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세 가지를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 쉬워진다
학생에게 세 가지를 한꺼번에 설명할 때는 어려운 음악 용어를 다시 외우게 하기보다 장면으로 비교해준다.
rit.는 달리던 사람이 자연스럽게 걷게 되는 것처럼 점점 느려지는 느낌이다. rall.은 걷다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조금 더 여유롭게 속도를 늦추는 느낌이고, riten.은 걷다가 중요한 것을 발견해서 잠깐 멈춰 바라보는 느낌이다.
물론 실제 음악에서는 곡의 흐름과 앞뒤 문맥에 따라 표현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도 학생이 처음 이 차이를 이해할 때는 이렇게 몸으로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런 차이를 알면 연주할 때 생각할 것이 달라진다
학생들이 이런 표시를 처음 배울 때는 결국 “느려지라는 거죠?”라는 질문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셋의 차이를 조금씩 이해하고 나면 악보에 표시된 것을 그대로 지키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된다.
왜 여기서는 점점 느려질까? 왜 여기서는 잠깐 붙잡는 것처럼 해야 할까? 왜 이 부분에서는 음악의 흐름에 조금 더 여유를 주는 것처럼 표현해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면 같은 느린 표현이라도 연주하는 방법에 차이가 생긴다. 나는 학생에게 악보에 있는 표시를 단순히 뜻풀이해서 외우게 하기보다, 그 표시가 음악에서 어떤 느낌을 만들려고 하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편이다.
rit., rall., riten.을 구분하는 것도 결국 ‘얼마나 느리게 할까?’만 생각하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그 순간 음악의 시간이 왜 달라지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에서 연주의 아이디어가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
악보에서 이 기호를 본다면, 무조건 느려지기 전에 어떤 음악적 장면을 그리고 싶은지 머릿속으로 떠올려보자. 그런 작은 습관 하나가 연습의 재미를 만들어 줄 테니까.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