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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인포 피아노 인포

피아노 무대에서 쉬운 부분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을 때

무대에서 평소 잘 치던 부분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았다는 학생들이 있다. 늘 어려워하던 구간도 아니고, 연습할 때는 별문제 없이 지나가던 곳이다. 그런데 무대에서 내려온 뒤 다시 쳐보면 잘한다. 학생도 왜 거기에서 막혔는지 당황스러워한다. 내가 가르쳤던 학생 중에는 더 잘 치고 싶은 마음에 평소보다 무언가 더 하려다가, 오히려 쉽게 생각했던 부분에서 다음 음을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일을 겪고 나면 나는 그 구간을 같은 방식으로 많이 반복하게 하기보다,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도 짚어볼 수 있는지 확인한다.

다시 잘 쳐진다고 그 부분을 넘기지는 않는다

무대에서 막혔던 부분을 다시 쳤는데 잘되면 그날 긴장해서 그랬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다시 연주가 된다는 것만으로 확인을 끝내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이어서 칠 때는 자연스럽게 지나가도, 그 안의 베이스나 화음이 어떻게 바뀌는지 따로 생각해보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본 학생들은 베이스의 첫음, 화음이 바뀌는 곳, 도약해서 다음 위치를 짚는 곳에서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오른손 멜로디는 기억하면서 왼손은 무엇을 치는지 분명하게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평소 화성을 생각하지 않고 익숙한 반주 패턴대로 치던 학생들에게서 이런 모습을 보곤 했다. 모든 무대 실수의 원인이 같다고 보지는 않지만, 이런 학생에게는 왼손을 따로 살펴보는 것이 이후 연습을 정하는 출발점이 됐다.

반주 패턴을 화음으로 모아 눌러본다

나는 곡의 뼈대가 쉽게 보이는 부분은 뼈대만 남겨서 쳐보게 한다. 펼쳐서 치던 반주를 화음으로 모아 누르면서 어떤 음들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반주 패턴이 달라도 화음으로 짚어보면 음들이 어떻게 묶이고 다음 화음으로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때는 화음의 이름만 알아보는 데서 끝내지 않고 기본위치인지, 첫째 자리바꿈인지, 둘째 자리바꿈인지도 확인한다. 같은 화음이라도 가장 아래에 놓인 음이 달라지면 실제로 짚어야 하는 위치와 손의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미솔로 이루어진 화음이라면 도가 베이스에 있을 때와 미나 솔이 베이스에 있을 때를 구분해서 보는 식이다. 다만 한 마디 안에서도 화성이 바뀔 수 있으므로, 한 마디의 모든 음을 무조건 한꺼번에 누르는 것은 아니다. 화성이 바뀌는 지점을 나누고 그에 맞게 모아본다. 복잡하게 움직이던 반주를 이렇게 간추려보면, 평소에는 지나쳤던 화음의 변화가 더 분명하게 들리기도 한다.

베이스의 다음 음을 예상하고 손번호까지 확인한다

화음을 모아 짚어본 뒤에는 베이스가 어디로 가는지도 따로 확인한다. 지금 누른 음에서 다음 음까지 위로 가는지 아래로 가는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예상하면서 눌러보게 한다. 도약하는 곳이라면 다음 건반의 위치를 막연히 찾아가는 대신, 출발하는 음과 도착할 음의 관계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때 정해둔 손번호로 누르고 있는지도 함께 본다. 음의 위치를 알아도 평소 쓰던 손번호와 다르게 짚으면 다음 움직임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습에서는 빠르게 이동하는 것보다 다음에 갈 음과 손번호를 알고 움직이는지 확인하는 데 집중한다. 대부분 왼손에서 이런 점검이 필요했지만, 오른손에서 기억이 불분명한 학생은 오른손도 같은 방식으로 살펴봤다. 어느 손을 연습할지는 정해놓기보다 실제로 학생이 헷갈리는 부분에 따라 정한다.

곡이 완성될수록 쉬운 부분도 다르게 연습한다

곡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잘 안 되는 부분에 시간을 더 쓸 수 있다. 어려운 구간을 집중적으로 다듬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러다 보면 쉽게 치는 부분은 늘 같은 방식으로 지나가게 된다. 나는 그런 부분도 가끔 다른 모습으로 연습하게 한다. 계속 멜로디를 따라가며 치던 곡에서 베이스만 남겨보거나, 반주를 화음으로 모아 뼈대만 쳐보는 식이다. 익숙한 곡인데도 다르게 들리니 학생도 자신이 무엇을 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연습 방법을 바꾸는 이유는 단순히 지루함을 덜기 위해서가 아니다. 전체를 칠 때는 드러나지 않았던 불분명한 부분을 찾아보려는 것이다. 베이스만 쳤을 때 다음 음이 망설여지거나, 화음으로 모으려니 어떤 음을 눌러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 부분을 악보와 대조해서 확인한다. 잘 치던 부분에서도 새로 살펴볼 것이 생기는 셈이다.

확인한 내용을 원래 연주로 다시 연결한다

화음이나 베이스를 따로 연습한 뒤에는 원래 반주 패턴으로 돌아가본다. 따로 짚을 때 확인했던 화음의 변화와 베이스의 이동이 원래 연주 안에서도 떠오르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짧은 구간에서 확인하고, 앞뒤를 이어 칠 때도 같은 지점을 놓치지 않는지 본다. 혼자 연습한다면 무대에서 막혔던 구간이나 평소 너무 쉽게 지나가던 부분 하나를 골라 다음 내용을 확인해볼 수 있다.

  • 반주를 화음으로 모았을 때 어떤 음을 눌러야 하는지 아는가?
  • 기본위치와 자리바꿈을 구분하고 있는가?
  • 베이스의 다음 음과 이동 거리를 예상할 수 있는가?
  • 도착한 건반을 정해둔 손번호로 짚고 있는가?
  • 원래 반주 패턴으로 돌아가도 확인한 내용이 연결되는가?

이것은 무대에서 갑자기 모든 음과 화음을 하나씩 따져보라는 뜻은 아니다. 평소 연습에서 익숙한 부분을 여러 방향으로 확인해두는 과정이다. 무대에서 막혔다가 다시 잘 쳐지는 학생을 보면, 나는 “이제 되니까 괜찮다”에서 한 번 더 살펴보려고 한다. 쉽게 칠 수 있다는 이유로 그동안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부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nsoul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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