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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렉스 3. 피아노 칠 때 손가락까지 힘을 빼야 할까?

“힘 빼세요.”

피아노를 배우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너무 그대로 받아들이면 손가락까지 축 늘어뜨리려고 하는 학생이 있다.

손가락에 힘이 하나도 없어야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피아노를 치는 손은 아무 힘도 없이 흐물흐물한 상태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건반을 누르고 소리를 만들려면 손가락이 건반을 어느 정도 지지해줘야 한다.

그래서 나는 학생에게 무조건 손에 힘을 빼라고 이야기하기보다 지금 손가락이 건반을 어떻게 지탱하고 있는지를 먼저 본다.

손가락 관절이 무너지면 힘을 빼도 편하지 않다

기초가 부족한 학생을 보면 손가락 관절이 눌리면서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건반을 누를 때 손가락 끝으로 지지하지 못하고 관절이 안쪽으로 꺾이면서 손 전체가 흔들린다.

이런 상태에서는 학생이 아무리 힘을 빼려고 해도 연주가 안정되기 어렵다.

오히려 손가락이 건반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니까 다른 부분에서 힘을 더 사용하게 된다.

손가락으로 버텨야 할 부분을 팔이나 손목이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학생을 보면 “힘 빼”라는 말부터 하기보다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안정적으로 서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손가락이 건반을 지지해줘야 팔도 편해질 수 있다

손가락이 건반을 안정적으로 지지하면 팔이 모든 일을 대신하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손가락이 건반에서 자꾸 무너지면 팔이나 손목이 그 움직임을 보완하려고 한다.

학생은 팔에 힘이 들어간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손가락이 해야 할 일을 팔이 대신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학생의 팔을 편하게 만들어주려고 하기 전에 손가락이 어떤 모양으로 건반을 누르고 있는지를 함께 본다.

물론 손가락을 무조건 세우고 단단하게 만들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곡에 따라 손의 모양도 달라지고, 음량이나 터치에 따라 사용하는 움직임도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필요한 순간에 손가락이 건반을 지지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손등도 너무 무르면 연주가 달라진다

손가락만 보는 것도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다.

손가락이 움직이려면 손등과 손 전체가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손등이 지나치게 무너진 상태에서는 손가락 하나를 움직일 때 다른 손가락까지 같이 흔들리기도 한다. 그러면 학생은 각각의 손가락을 사용하기보다 손 전체를 움직여서 건반을 누르게 된다.

이런 연주에서는 음 하나하나의 차이를 만들기가 어렵다.

어떤 음은 더 내고 어떤 음은 가볍게 지나가야 하는데, 손 전체가 같이 움직이면 소리를 섬세하게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손등의 지지 역시 피아노 기본기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손을 단단하게 고정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또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손가락과 손등에 어느 정도 지지가 필요하다고 해서 손을 꽉 굳혀놓으라는 뜻은 아니다.

손을 너무 단단하게 고정하면 이번에는 손목과 팔의 움직임이 막힌다.

손가락은 건반을 지지하고 있어야 하지만 손 전체가 하나의 덩어리처럼 굳어 있을 필요는 없다.

필요한 곳은 받쳐주고, 움직여야 할 곳은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단함과 이완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에게 “힘 빼”라고만 말하면 어려운 이유

학생 입장에서 “힘을 빼세요”라는 말은 상당히 막연할 수 있다.

어디의 힘을 빼야 하는지, 어느 정도까지 빼야 하는지, 힘을 빼고 나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슨에서는 힘을 빼라는 말보다 먼저 지금 손가락이 건반을 어떻게 누르고 있는지 확인하게 한다.

손가락이 무너지고 있다면 그것부터 고쳐야 하고, 손 전체가 너무 굳어 있다면 움직임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반대로 손가락이 안정적으로 건반을 지지하고 있는데도 불필요하게 팔에 힘이 들어간다면 그때는 다른 부분을 살펴봐야 한다.

결국 학생마다 필요한 것이 다르다.

릴렉스는 손을 무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피아노를 오래 가르치면서 느끼는 것은 릴렉스라는 말을 단순히 “힘이 없는 상태”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손가락은 건반을 지지해야 하고, 손등과 손 전체도 연주에 필요한 만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필요하지 않은 힘은 풀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빠르게 움직일 때도 손이 굳지 않고, 작은 소리부터 큰 소리까지 조절하면서 연주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학생에게 릴렉스를 가르칠 때 힘을 빼는 것과 힘을 쓰는 것을 따로 생각하지 않게 하려고 한다.

필요한 곳은 지지하고, 필요하지 않은 곳은 풀어주는 것.

결국 좋은 릴렉스도 그런 균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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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soul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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