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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템포, 입시에서는 무조건 빠른 속도로 치는게 좋은 연주일까?

피아노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보면 템포에 대한 욕심이 생각보다 크다.

“선생님, 제가 너무 느린 거 아니에요?”

“이 곡은 몇까지 올려야 해요?”

다른 학생이 조금 더 빠르게 연주하는 것을 들으면 내가 너무 느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메트로놈 숫자를 하나씩 올리면서 연습한다.

빠르게 치는 것이 잘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어려운 곡을 빠른 속도로 연주하면 더 어려운 것을 해낸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피아노에서 템포를 볼 때는 단순히 ‘얼마나 빠른가’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같은 속도라도 음악이 어떤 흐름으로 움직이는지에 따라 전혀 다르게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왜 템포를 자꾸 올릴까?

학생들이 템포를 빠르게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빠르게 치면 실력이 좋아 보인다고 생각하기 쉽고, 입시나 콩쿠르를 준비하다 보면 다른 학생의 연주와 비교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빠른 곡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 강하다.

“저 친구는 저렇게 빠른데 나는 왜 안 되지?”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곡을 잘 연주하는 것보다 메트로놈 숫자를 올리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40까지는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연주하던 학생이 150을 목표로 잡았다고 해보자.

150이 되면서 음이 조금씩 빠지고, 양손이 맞지 않고, 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도 학생은 “그래도 150까지 갔어요”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한번 멈춰서 봐야 한다.

속도가 올라간 것과 연주가 좋아진 것은 같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템포 용어를 숫자로만 외우면 생기는 일

학생들은 처음 템포를 배울 때 보통 이렇게 외운다.

템포 용어흔히 외우는 뜻같이 생각해볼 것
Largo아주 느리게느린 흐름 안에서 충분한 공간이 있는가
Adagio느리게느려도 음악이 멈추지 않는가
Andante걷는 듯하게자연스럽게 앞으로 흐르는가
Moderato적당한 빠르기로너무 급하거나 처지지 않는가
Allegretto조금 빠르게빠르기와 함께 가벼운 움직임이 있는가
Allegro빠르게빠른 속도에서도 프레이즈가 살아 있는가
Vivace생기 있게음악에 활기와 움직임이 느껴지는가
Presto매우 빠르게빠른 속도에서도 음과 리듬이 유지되는가

이렇게 외워두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지 않을 때 생긴다.

Allegro니까 무조건 최대한 빨리 치고, Vivace니까 Allegro보다 더 빠르게 치고, Presto니까 가능한 한 속도를 끝까지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 연주에서는 템포 용어가 단순히 숫자 하나만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곡이 어떤 성격으로 움직이고, 그 속도 안에서 음악이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Allegro라고 무조건 빨라야 할까?

Allegro는 일반적으로 빠른 템포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렇다고 “가능한 한 빨리”와 같은 뜻은 아니다.

같은 Allegro라도 곡의 리듬과 음형, 프레이즈, 음악의 성격에 따라 연주 속도와 느낌은 달라질 수 있다.

학생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모습이 있다.

악보에 Allegro가 적혀 있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손가락을 최대한 빨리 움직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음을 하나씩 정확하게 치는 데 집중하다가 프레이즈가 어디로 가는지 놓치기도 하고, 속도를 올리는 과정에서 소리가 거칠어지기도 한다.

특히 베토벤을 연습할 때 이런 모습을 볼 때가 있다.

“베토벤이니까 빠르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작곡가 이름만 보고 템포를 정할 수는 없다.

빠른 악장이라면 당연히 빠른 움직임이 필요할 수 있지만, 그 안에서도 리듬과 악센트가 어떻게 살아나는지, 프레이즈가 어디를 향하는지를 함께 들어야 한다.

빠르게 치는 것보다 그 속도에서 음악이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지가 먼저다.

느린 곡에서도 왜 자꾸 빨라질까?

오히려 재미있는 것은 느린 곡에서도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악보에 맞춰 천천히 연주한다.

그런데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조금씩 빨라진다. 학생은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처음 연주와 비교해보면 꽤 빨라져 있는 경우가 있다.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서 자신도 모르게 급해질 수도 있고, 느리게 치면 자신 없어 보이는 것 같아서 속도를 올리기도 한다.

이럴 때 나는 학생에게 종종 묻는다.

“지금 걷는 느낌이야, 아니면 멈춰 있는 느낌이야?”

Andante 같은 템포에서는 단순히 느리게 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걷듯이 자연스럽게 앞으로 가는 흐름이 있어야 한다.

느린 곡도 마찬가지다.

느리다고 해서 음 하나하나를 힘겹게 끌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답답하게 느껴진다고 속도를 올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 템포 안에서 멜로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먼저 들어야 한다.

메트로놈 숫자는 필요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입시를 준비할수록 메트로놈은 꽤 유용한 도구다.

내가 지금 어느 정도 속도로 연주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연습하다 보면 어느 부분에서 템포가 빨라지거나 느려지는지도 알 수 있다.

특히 어려운 부분에서 갑자기 빨라지는 학생이라면 메트로놈으로 확인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만 메트로놈은 템포를 확인하는 도구이지, 좋은 연주인지 판단해주는 도구는 아니다.

예를 들어 ♩=120에서 음이 정확하고 리듬이 안정적이며 프레이즈까지 잘 살아 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연주가 될 수 있다.

반대로 140까지 올렸지만 음이 빠지고, 양손이 흔들리고, 소리가 거칠어지고, 멜로디까지 묻힌다면 숫자가 올라갔다는 것만으로 좋은 연주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템포를 올릴 때는 숫자와 함께 이런 것들을 확인해야 한다.

  • 음이 정확하게 들리는가?
  • 리듬이 흔들리지 않는가?
  • 양손이 자연스럽게 맞는가?
  • 멜로디가 반주에 묻히지 않는가?
  • 소리가 갑자기 거칠어지지 않는가?
  • 프레이즈의 방향이 살아 있는가?
  • 어려운 부분에서만 갑자기 빨라지거나 느려지지 않는가?
  • 빠르게 치려고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지는 않는가?

이 중에서 여러 가지가 무너지기 시작한다면, 무조건 더 높은 숫자를 목표로 잡을 필요는 없다.

빠른 곡은 더 빨리 쳐야 하지 않을까?

물론 작품에 따라 속도가 중요한 경우가 있다.

빠른 음형이나 손가락의 민첩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에튀드라면 실제 연주에서도 일정한 속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천천히 정확하게만 치고 끝낼 수는 없다.

이럴 때는 목표 템포를 정하고 조금씩 올려가면서 그 속도에서도 정확성과 소리가 유지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다만 여기에서도 가장 빠른 숫자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

예를 들어 140에서는 음과 리듬이 안정적인데 150에서 계속 무너진다면, 150을 억지로 반복하는 것보다 140에서 무엇을 제대로 만들었는지 다시 확인하는 편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필요하다면 느린 템포로 돌아가 문제를 고치고 다시 올린다.

빠른 연주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느린 연습이 필요한 이유다.

결국 템포는 속도만 보는 것이 아니다

학생이 템포를 숫자로만 생각할 때는 다른 사람보다 얼마나 빠르게 치는지가 계속 신경 쓰인다.

하지만 템포를 음악의 흐름으로 보기 시작하면 질문이 달라진다.

“몇까지 올려야 해요?”

에서

“이 속도에서 음악이 제대로 들리나요?”

로 바뀐다.

나는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일수록 이 차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빠른 곡이라면 필요한 속도를 만들어야 한다. 느린 곡이라면 느린 시간을 견디면서 그 안에서 음악을 이어가야 한다.

그리고 어느 경우든 템포를 올렸을 때 무엇이 좋아지고 무엇이 사라지는지를 들어봐야 한다.

빠르게 치는 것과 빠르게 잘 치는 것은 다르고, 느리게 치는 것과 음악을 느리게 잘 표현하는 것도 다르다.

악보에 적힌 템포를 볼 때 “몇으로 치지?”만 묻지 말고, 그 속도에서 음악이 어떤 모습으로 움직여야 하는지도 한번 들어보자.

그 질문이 생기기 시작하면 메트로놈 숫자를 올리는 연습도 조금 달라진다.

ensoul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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