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스타카토, 짧게 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음악의 흐름입니다
며칠 전 상담을 하면서 한 초등학생의 피아노 연주를 들었다.
어린 학생인데도 피아노를 상당히 잘 치는 아이였다. 첫 음을 누르는 순간부터 ‘정말 잘 치는 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주가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연주를 계속 듣고 있으니 이상하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분명 잘 치고 있는데 뭔가 조금 아쉬웠다.
아이의 연주를 다시 떠올려보고 멜로디를 생각해보면서 어디가 문제인지 찾아봤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스타카토였다.
스타카토를 짧게 치는 것으로만 생각하면
많은 학생들이 스타카토를 ‘짧게 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악보에 음표 위나 아래에 점이 붙어 있으면 음을 짧게 끊어서 치면 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타카토는 음의 길이를 줄여서 연주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피아노를 배우면서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이 있다.
스타카토를 짧게 치는 것과 음악을 끊어버리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 학생도 스타카토 자체는 잘하고 있었다. 음을 짧게 처리하는 것도 분명했고, 음 하나하나가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었다.
그런데 스타카토를 친 다음 음악이 같이 끊기고 있었다.
멜로디가 앞으로 흘러가야 하는데 스타카토가 나올 때마다 잠깐씩 멈추는 느낌이 들었다.
스타카토 뒤에 음악이 멈추면 어떤 느낌이 날까?
스타카토가 들어간 멜로디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음과 음 사이를 조금씩 떨어뜨리면서도 멜로디는 계속 앞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학생이 짧게 치는 데만 집중하면 스타카토를 할 때마다 음악의 흐름까지 끊어버리기 쉽다.
마치 문장을 읽다가 단어 하나하나를 너무 강하게 끊어서 읽는 것과 비슷하다.
단어는 정확하게 들리는데 문장 전체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피아노도 마찬가지다. 스타카토가 정확하게 들리는 것만으로 연주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음 다음에 어떤 음이 오는지, 멜로디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까지 같이 들어야 한다.
그 학생에게서 내가 아쉽다고 느꼈던 부분도 바로 이것이었다.
짧게 치려고 하다가 오히려 소리를 세게 만들기도 한다
스타카토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보면 짧게 치려고 손가락에 힘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음이 길게 남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손가락을 빠르게 들어 올리거나, 마지막 순간에 힘을 주면서 음을 찍듯이 연주하는 것이다.
그러면 음은 짧아질 수 있다.
하지만 소리가 가볍게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강하게 찍히는 느낌이 날 수 있다. 특히 여러 음이 이어지는 멜로디에서 이런 스타카토가 반복되면 음악이 자꾸 끊겨 들린다.
그래서 스타카토를 연습할 때는 ‘얼마나 짧게 쳤는가’만 듣지 말아야 한다.
짧게 친 다음 소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들어야 한다.
손목을 많이 움직인다고 좋은 스타카토가 되는 것도 아니다
스타카토를 할 때 손목의 탄력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손목을 사용한다고 해서 크게 움직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에 따라서는 스타카토를 할 때마다 손목을 크게 위로 올리면서 동작 자체가 커지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음과 음 사이에 필요 이상의 시간이 생길 수 있다.
스타카토는 손을 크게 들어 올려서 음을 끊는 동작이라기보다, 필요한 만큼 음을 분리하고 다음 음으로 넘어가는 움직임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학생의 손목만 보고 “더 써라”, “덜 써라”라고 하기보다 실제 소리를 먼저 듣게 한다.
음이 짧게 들리는지, 마지막에 힘이 들어가지는 않는지, 그리고 다음 음으로 넘어갈 때 음악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스타카토도 멜로디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피아노에서 스타카토는 혼자 존재하는 기술이 아니다.
멜로디 안에 스타카토가 있고, 그 멜로디에는 방향이 있다.
그래서 같은 스타카토라도 앞뒤의 음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가볍게 튀어야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조금 더 분명하게 분리해야 할 수도 있다.
작곡가가 특정 부분을 강하게 끊어 표현하도록 만든 경우라면 실제로 음악의 흐름이 크게 멈추는 느낌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학생이 스타카토를 볼 때마다 무조건 ‘짧게 끊는다’고 생각하면 이런 차이를 생각하기 어려워진다.
나는 학생들에게 스타카토를 연주할 때도 멜로디를 같이 들어보라고 한다.
“지금 음을 짧게 치고 있는데, 멜로디는 어디로 가고 있지?”
이것을 생각해보면 스타카토를 바라보는 방식도 조금 달라진다.
스타카토의 길이도 모두 똑같지는 않다
스타카토라고 해서 모든 음을 똑같은 길이로 짧게 연주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스타카토 외에도 메조 스타카토나 스타카티시모처럼 표현의 정도가 다른 표시가 있다. 같은 음표라도 어떤 표시가 붙어 있는지에 따라 음을 분리하는 정도와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악보에 스타카토가 보인다고 무조건 똑같이 짧게 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다만 처음 배우는 학생에게 스타카토의 종류를 너무 많이 설명하는 것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따로 있다.
스타카토를 짧게 만드는 것과 음악을 끊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
그 차이를 느끼고 나면 그다음에 음의 길이나 표현의 정도를 더 세밀하게 배울 수 있다.
연습할 때는 내 소리를 직접 들어봐야 한다
스타카토가 잘되지 않는 학생에게는 처음부터 어려운 멜로디를 계속 반복하게 하기보다 한 음으로 먼저 확인해볼 수도 있다.
도, 도, 도, 도를 일정하게 연주하면서 음이 너무 강하게 튀어나오지는 않는지 들어본다. 짧게 만들려고 손가락에 불필요한 힘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도 확인한다.
그다음에는 짧은 멜로디에 스타카토를 넣어본다.
이때 중요한 것은 스타카토 하나하나가 잘 되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다. 스타카토 다음 음으로 넘어갈 때 음악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같이 들어보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자신의 연주를 녹음해서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칠 때는 잘 모르던 부분이 녹음해서 들으면 의외로 잘 들릴 때가 있다.
“음은 짧게 쳤는데 왜 음악이 끊겨 들리지?”
이런 것을 스스로 발견하는 경험도 필요하다.
잘 치는 학생에게서도 이런 작은 차이가 보인다
처음 그 학생의 연주를 들었을 때 나는 피아노를 상당히 잘 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찾기 어려운 학생이었다. 그런데 잘 치는 학생일수록 이런 작은 차이가 더 잘 들릴 때도 있다.
음 하나를 틀렸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스타카토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음악의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슨을 하다 보면 “스타카토 잘했어”라고 끝내기보다 그다음 질문을 하게 된다.
“짧게 치기는 했는데, 그다음 음까지 음악이 이어지고 있니?”
학생이 이 차이를 듣기 시작하면 스타카토를 보는 방법도 달라진다.
이전에는 점 하나를 보고 ‘짧게 치라는 표시’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그 점이 멜로디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스타카토는 끊는 기술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분리하는 것이다
스타카토는 분명 음을 짧게 연주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피아노를 조금 더 깊이 배우기 시작하면 짧게 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음을 분리하면서도 멜로디의 방향과 음악의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잘 치는 학생인데도 연주가 어딘가 딱딱하게 들린다면 이런 작은 부분을 한번 들어볼 필요가 있다.
스타카토를 할 때마다 음악까지 멈추고 있지는 않은지, 짧게 치려고 마지막에 힘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손목의 움직임이 너무 커져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는 것이다.
나도 학생의 연주를 들으면서 이런 작은 차이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피아노에서는 악보에 있는 작은 점 하나도 그냥 지나갈 수 없는 것 같다.
스타카토는 짧게 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흐름 안에서 가볍게 분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