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전공, 늦었다는 기준은 뭘까?
아이가 피아노 전공을 한다고 하면 부모님은 먼저 걱정한다.
- “지금 시작해도 될까요?”
- “너무 늦은 건 아닐까요?”
- “전공해서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부모님이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피아노 전공은 오랜 시간 준비하는 분야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늦었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정말 늦었다면, 그 기준은 몇 살일까?
나는 한 어머님이 떠오른다. 30대 후반에 나를 찾아오셨던 분이었다. 그분은 음악이 너무 좋아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음악 동호회에서 우쿨렐레를 배우셨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제가 이렇게 오래 음악을 할 줄 알았으면, 진작 피아노를 배울 걸 그랬어요.”
그 말에는 아쉬움과 함께 음악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다. 결국 그분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이후 피아노과 편입이라는 새로운 도전까지 하셨다.
그분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늦었다’는 말을 단순히 나이만으로 판단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성인의 도전과 아이들의 입시는 상황이 다르지만, 적어도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을 나이 하나만으로 정해버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아이가 늦게 시작했다면 무엇을 먼저 봐야 할까?
물론 아이들의 피아노 입시는 현실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한 학생들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고, 늦게 시작한 학생이라면 짧은 시간 안에 배워야 할 것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시작한 나이 하나만으로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음악적인 재능이 있을 수도 있고, 피아노를 배우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발견하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늦게 시작한 학생을 만났을 때는 몇 살에 시작했는지만 보기보다 지금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음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배우는 것을 얼마나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얼마나 노력할 수 있는지를 함께 보게 된다.
미래는 아무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지금의 실력만 보고 몇 년 뒤의 모습을 미리 정해버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늦게 시작해서 생기는 어려움도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늦게 시작하는 것이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피아노 전공은 단기간에 준비해서 끝나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이미 오랫동안 준비한 학생들과 비교하면 배워야 할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기본기부터 악보 읽기, 음악을 이해하는 방법, 입시에 필요한 실기까지 준비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
그래서 “늦게 시작해도 괜찮아요.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라고 쉽게 말하고 싶지는 않다. 실제로 학생마다 출발점도 다르고, 입시까지 남은 시간도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늦게 시작했다면 지금 자신의 상태를 더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이 부족한지, 어느 정도까지 준비할 수 있는지,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실제로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하나씩 살펴봐야 한다.
늦게 시작했다는 사실보다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은 채 막연하게 포기하거나, 반대로 아무런 준비 없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다.
도전하지 않았을 때의 후회도 있지 않을까?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 그 아이가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데 주변의 걱정 때문에 시작조차 하지 못한다면 어떨까?
10년 후에 “그때 한번 해볼 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그때 시작했으면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얻었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모든 아이가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도 아니고, 피아노를 전공한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길을 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꿈을 향해 노력했던 경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인가를 제대로 해보기 전에는 그 일이 나에게 맞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해보고 나서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고, 처음 생각했던 길과 다른 길을 찾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시작하기 전부터 결과를 정해놓기보다는, 아이가 정말 원하는 것인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해주실 수 있는 가장 큰 응원은 무엇일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꼭 성공에 대한 보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너는 꼭 성공할 거야.”라는 말보다 “네가 정말 원하는 것이라면 한번 제대로 해보자.”라고 말해주는 것이 오히려 더 큰 힘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부모님 입장에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시간과 비용도 필요하고, 다른 공부와 함께 준비해야 할 수도 있으며, 전공을 선택한 이후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무조건적인 응원만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현실적인 조건을 함께 확인하면서 아이가 정말 원하는 것이라면 한번 제대로 도전해보게 하는 것도 부모님이 해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도전하고,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경험. 그것 자체가 아이에게 큰 자산이 될 수도 있다.
늦은 때보다 더 아까운 것은 계속 망설이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나는 늦은 시작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이가 정말 하고 싶은데 계속 망설이고 있다면, 그 시간이 오히려 가장 아까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피아노 전공을 고민하는 부모님이라면 현재의 나이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그 아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얼마나 준비할 수 있는지를 함께 봐주셨으면 한다.
어릴 때부터 준비한 학생보다 늦게 시작한 학생에게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시작하기도 전에 가능성을 닫아버릴 필요까지 있는지는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어쩌면 지금 고민하고 있는 이 순간이, 아이가 자신의 길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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