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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을 배웠는데 악보를 못 읽는 학생, 피아노 입시는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피아노 전공을 목표로 피아노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을 만나보면 의외로 악보 읽기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 몇 년씩 피아노를 배웠는데도 음표나 리듬의 기본 개념부터 다시 확인해야 하는 학생도 있다.

악보를 못 읽는다는 것도 학생마다 다르다. 음표의 위치는 알지만 리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고, 손가락 번호나 쉼표를 거의 보지 않는 학생도 있다. 어떤 학생은 4분음표를 4박이라고 이야기하거나 점음표가 붙었을 때 박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피아노 입시를 시작할 때는 무조건 어려운 입시곡부터 연습시키기보다, 학생이 악보의 어디에서 막히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나는 학생을 만나면 지금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는지를 먼저 본다. 기본 개념 자체를 모르는 학생이라면 그 부분부터 다시 가르치고, 알고 있는데도 악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학생이라면 직접 찾아보고 생각하는 연습부터 시작한다.

피아노를 잘하는 학생도 악보 앞에서 막힐 수 있다

악보를 잘 읽지 못한다고 해서 피아노를 못 치는 학생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피아노는 꽤 잘 치는데 악보를 읽는 데 문제가 있는 학생도 있다. 선생님이 먼저 연주해주면 잘 따라 하고, 반복해서 연습한 곡은 상당히 자연스럽게 연주한다. 그런데 처음 보는 악보를 혼자 읽거나, 이미 배운 곡을 부분별로 다시 확인하라고 하면 갑자기 어려워진다.

얼마 전 들은 학생도 그랬다. 영재음악원에 합격해서 다닐 정도로 피아노를 잘하는 학생인데도 악보 읽기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학생도 당황스럽고 가르치는 사람도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학생은 피아노를 잘한다고 생각하고 전공을 꿈꾸며 들어갔는데, 그곳에서는 단순히 곡을 잘 치는 것과는 다른 수준의 악보 이해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잘 치던 학생에게 갑자기 악보를 처음부터 다시 보라고 하면 쉽지 않다. 하지만 피아노 전공을 생각하고 있다면 결국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이런 차이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피아노를 잘 치는 것과 피아노 입시를 잘 준비하는 것이 서로 다른 이유와도 연결된다.

곡이 익숙해져도 나는 왜 계속 악보를 보게 할까?

한 곡을 오래 연습하면 외워서 치게 된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나는 암기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곡이 익숙해진 뒤 악보에 있는 정보를 더 이상 확인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입시곡은 한두 번 치고 끝나는 곡이 아니다. 오랫동안 반복해서 연습하다 보면 손이 곡의 흐름을 기억한다. 그러면 악보를 보고 치는 것보다 기억에 의지해서 치는 것이 훨씬 편해진다.

그런데 레슨에서 부분연습을 시키려고 하면 문제가 드러난다.

“여기부터 다시 해봐.”

“왼손 탑라인 계이름만 한번 해봐.”

“이 부분 리듬을 다시 확인해봐.”

이렇게 시키면 학생이 바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곡 전체는 외워서 잘 치는데, 막상 악보에서 특정 부분을 찾아 다시 확인하라고 하면 레슨이 그 자리에서 멈춘다.

그래서 나는 악보를 가끔만 확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은 계속 다시 보게 한다.

악보를 보는 이유는 틀린 부분을 찾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연주하고 있는지 알고 치기 위해서다.

그래야 나중에 부분연습을 할 때도 선생님이 하나하나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필요한 부분을 찾아갈 수 있다.

모르는 것은 가르쳐야 하지만, 계속 대신해줄 수는 없다

기본적인 개념을 모르는 학생에게 무조건 “스스로 생각해봐”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4분음표가 몇 박인지 모른다면 가르쳐야 한다. 점음표가 무엇인지, 쉼표는 어떻게 계산하는지, 손가락 번호는 왜 적혀 있는지 모른다면 그것도 다시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가르쳐준 다음부터는 학생이 직접 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악보를 보고 음을 잘못 찾았을 때 선생님이 매번 “여기야”, “왼손이야”, “이 음이야”라고 알려주면 그 순간에는 편하다. 곡도 빨리 진행된다.

하지만 다음 곡에서 또 같은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나는 학생에게 답을 바로 주기보다 악보를 다시 보게 한다. 음의 위치를 찾아보고, 리듬을 세어보고, 쉼표를 확인하고, 손가락 번호를 찾아보게 한다.

최근에도 어린 학생에게 아주 쉬운 리듬을 시킨 적이 있다. 그런데 학생이 악보를 보고 생각하기보다 자기 방식대로 연주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곡이라 외워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나는 바로 답을 알려주기보다 먼저 생각해보라고 했다.

선생님이 옆에서 하나씩 알려주면 학생 입장에서는 훨씬 편하고 빠르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한 곡을 쉽게 끝내는 것이 다음 곡에서도 혼자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모르면 가르쳐준다. 하지만 가르쳐준 다음에는 직접 해보게 한다.

그래서 연습도 생각보다 세세하게 내주게 된다

악보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연습도 단순하게 “이 곡 많이 연습해오세요”라고 내주기 어렵다.

어떤 부분은 왼손만 해보고, 어떤 부분은 왼손 탑라인 계이름을 확인하고, 어떤 부분은 리듬만 따로 해보게 한다. 이미 곡을 외운 학생에게는 오히려 이런 연습이 더 귀찮을 수도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이미 칠 줄 아는 곡인데 왜 자꾸 이런 걸 해야 하나 싶을 것이다.

나도 그걸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런 연습을 하나하나 내주는 것이 학생에게는 꽤 곤욕스러울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익숙한 방식으로만 치게 된다. 곡 전체를 외워서 연주하는 데는 익숙한데, 조금만 떼어내서 연주하거나 악보의 특정 부분을 다시 확인하라고 하면 막히는 것이다.

그래서 연습을 일부러 잘게 나눠서 내준다.

특히 늦게 피아노 입시를 시작하는 학생이라면 지금까지 몇 년을 배웠는지, 몇 곡을 쳤는지만 보는 것보다 새로운 곡을 만났을 때 악보를 보고 얼마나 스스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오래 배운 시간만으로 기본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배운 방식이 어땠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악보를 모르는 학생과 배우려고 하지 않는 학생은 다르다

사실 나도 이런 기초적인 것을 모르는 학생을 만나면 화가 날 때가 있다.

학생에게도 화가 나고, 그동안 어떻게 배웠을까 싶어 이전 선생님에게도 화가 난다. 부모님에게도 왜 아이가 이런 방식으로만 배우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화가 나는 이유는 학생이 모르는 것 자체가 아니다.

모르면 가르치면 된다.

정말 답답한 것은 가르쳐준 뒤에도 다시 해보려고 하지 않는 경우다.

악보를 보는 방법을 알려주고, 리듬을 설명하고, 직접 해보게 했는데도 계속 선생님이 답을 알려주기만 기다린다면 그때부터는 단순한 기초 부족의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피아노 입시를 하겠다고 찾아온 학생이라면 결국 자기 연습을 해야 한다. 선생님이 레슨 시간에 대신 생각해주고 대신 고쳐주는 것만으로는 입시 준비가 이어지기 어렵다.

나는 학생에게 모르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모르면 가르쳐준다. 다만 가르쳐준 다음에는 그것을 자기 힘으로 다시 해보기를 바란다.

한 곡에서 틀리지 않게 만들어주는 수업과, 다음 곡에서도 혼자 할 수 있게 만드는 수업은 다르다.

악보를 못 읽는 학생이 피아노 입시를 시작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도 거기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악보 읽기부터 다시 배우고, 배운 것을 직접 적용해보는 것.

처음에는 느리고 답답할 수 있다. 그래도 그 과정을 거쳐야 나중에는 선생님이 옆에 없어도 악보를 보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ensoul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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