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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슬럼프가 왔을 때, 무조건 더 연습하면 될까?

피아노를 오래 배우다 보면 한 번쯤 슬럼프가 찾아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피아노가 왜 이렇게 재미없지?”

“아무리 연습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아.”

“그냥 그만둘까?”

나도 피아노를 배우면서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학생이 갑자기 피아노가 싫어졌다고 하면 무조건 “더 열심히 해야지”라고 하지는 않는다. 지금 피아노가 싫어진 이유가 연주가 뜻대로 되지 않아서인지, 계속되는 연습에 지친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먼저 지금 피아노 때문에 답답한 것인지, 피아노 자체에서 잠시 멀어지고 싶은 것인지를 살펴본다.

먼저 슬럼프의 원인부터 구분해본다

학생이 피아노를 싫어한다고 말할 때도 연주를 들어보면 이유가 다른 경우가 많다.

입시곡이 계속 잘되지 않아서 답답한 학생이 있고, 콩쿠르나 시험에서 연주를 망친 뒤 그 기억 때문에 피아노 앞에 앉기 싫어진 학생도 있다.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데 매일 같은 곡을 반복하다 보니 연습 자체가 지겨워진 학생도 있다.

반대로 친구와 비교하면서 자신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하다가 피아노가 싫어진 것처럼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나는 학생의 상태를 대략 이렇게 나누어본다.

지금 느끼는 상태연주에서 나타나는 모습먼저 해볼 것
연주가 답답함같은 부분에서 계속 막힘연습 방법과 과제 바꾸기
실패한 경험이 남아 있음특정 곡이나 무대가 부담스러움부담이 적은 연주부터 다시 시작하기
연습 자체가 지침피아노 앞에 앉는 것부터 힘듦연습량을 줄이고 잠시 쉬기
친구와 비교함다른 학생 연주에 따라 기분이 달라짐내 연주의 변화 확인하기

슬럼프라는 말을 하나로 묶기보다 지금 어떤 상태인지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연주가 답답해서 생긴 슬럼프라면 연습 방법부터 바꿔본다

연습은 계속하고 있는데 실력이 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럴 때 같은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하는 것만 계속하면 답답함이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이미 잘되지 않는 부분을 같은 방법으로 반복하면 연습시간은 늘어나는데 무엇이 달라졌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그럴 때는 연습하는 단위를 바꿔본다.

예를 들어 입시곡 전체를 계속 치는 대신 어려운 4마디만 떼어낸다. 오른손 멜로디만 확인하거나 왼손 리듬만 따로 연습할 수도 있다. 속도를 낮춰 음 하나하나를 다시 확인하고, 같은 부분을 다른 리듬으로 연습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곡을 무조건 찾아서 피아노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 막혀 있는 연습의 방법을 바꾸는 것이다.

예전에 잘 치던 곡을 다시 연주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지금의 실력으로 예전에 쳤던 곡을 연주하면 이전과 다르게 들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실패한 경험 때문에 피아노가 싫어졌다면 다시 성공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콩쿠르나 시험에서 연주가 생각대로 되지 않았을 때 슬럼프가 오는 학생도 있다.

한 번 크게 실수하면 피아노 앞에 앉을 때마다 그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럴 때 바로 같은 상황에 다시 도전해서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면 오히려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나는 그런 학생에게 처음부터 큰 무대를 다시 준비시키기보다 작은 성공부터 만들어보게 한다.

예를 들어 입시곡 전체가 아니라 한 부분을 안정적으로 끝까지 연주해본다. 그다음에는 선생님 앞에서 한 번 끊지 않고 연주해보고, 익숙해지면 가족이나 친구 앞에서 짧게 연주해보는 식이다.

한 번의 실패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실패와 다른 경험을 하나씩 다시 쌓아가는 것이다.

마음이 지친 슬럼프라면 잠시 쉬어도 된다

연주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 연습 자체가 지겨운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피아노 앞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 꼭 좋은 방법은 아니다.

나도 학창시절에 피아노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있다. 결국 어느 순간 피아노를 내려놓고 다른 친구들처럼 방과 후에 놀러 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 집에 갔다가 피아노를 보게 됐다.

그 순간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그 피아노를 보면서 내가 피아노를 정말 싫어했던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지쳐서 피아노를 멀리했던 것과 피아노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날 다시 피아노를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피아노에서 잠시 떨어져 있었던 시간이 오히려 내가 피아노를 왜 좋아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해줬던 것 같다.

그래서 연습이 너무 지친 학생에게는 잠시 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만 입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며칠씩 완전히 손을 놓는 것보다 연습시간을 줄이고 꼭 필요한 부분만 하는 식으로 조절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친구와 비교하면서 생긴 슬럼프라면 비교의 방향을 바꿔본다

피아노 입시를 준비하면서 친구와의 비교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같은 연습실에서 친구가 연주하는 것을 들으면 “나는 왜 저렇게 못하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나는 열심히 연습했는데 친구는 별로 연습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더 잘 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나도 학생 때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입시를 준비하면서 꼭 친구를 이겨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친구의 연주가 잘된다고 해서 내 연주가 자동으로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학생의 연주를 보면서 내가 가져올 수 있는 것을 찾는 편이 연습에는 더 도움이 된다.

비교하는 생각바꿔볼 질문
나는 왜 저만큼 못하지?저 학생에게서 내가 배울 것은 무엇일까?
쟤는 나보다 잘하는 것 같아.지난달의 나와 비교하면 나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내가 더 잘해야 하는데.지금 내 연주에서 가장 먼저 바꿀 것은 무엇일까?

친구를 경쟁자로만 보기 시작하면 피아노를 치는 시간 자체가 비교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보다는 다른 학생에게서 자극을 받고, 다시 내 연주로 돌아오는 것이 필요하다.

슬럼프가 왔을 때는 연습량보다 지금 상태를 먼저 확인한다

피아노가 싫어졌다고 느껴질 때 가장 먼저 연습시간부터 늘릴 필요는 없다.

먼저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확인해본다.

연주가 답답한가?

→ 연습 방법과 연습 단위를 바꿔본다.

실패한 경험이 계속 생각나는가?

→ 부담이 적은 연주부터 다시 성공하는 경험을 만든다.

피아노 앞에 앉는 것 자체가 지겨운가?

→ 잠시 쉬거나 연습량을 줄인다.

친구와 비교하면서 힘든가?

→ 다른 학생이 아니라 내 연주의 변화를 확인한다.

입시가 얼마 남지 않았는가?

→ 완전히 놓기보다 필요한 연습만 남겨서 조절한다.

슬럼프가 왔다고 해서 지금의 나를 너무 빨리 판단할 필요는 없다.

오늘 연주가 잘되지 않았다고 앞으로도 계속 잘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동안 실력이 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레슨을 하다 보면 예전에는 안 되던 부분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나는 학생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 막연하게 “잘하고 있어”라고 말하기보다 실제로 달라진 부분을 찾아서 이야기해주려고 한다.

“예전에는 여기서 계속 멈췄는데 지금은 끝까지 이어가잖아.”

“전에는 이 부분에서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갔는데 지금은 훨씬 편해졌어.”

이런 변화는 학생이 혼자서는 잘 보지 못할 때가 많다.

피아노 슬럼프를 극복하는 것은 다시 좋아하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한다

피아노 슬럼프가 왔다고 해서 무조건 더 많이 연습할 필요는 없다.

어떤 학생에게는 연습 방법을 바꾸는 것이 먼저이고, 어떤 학생에게는 실패한 경험과 다른 작은 성공이 필요하다. 정말 지쳤다면 잠시 피아노에서 떨어져 있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나도 한때 피아노를 그만두고 싶었지만, 친구 집에서 본 피아노 한 대를 계기로 다시 돌아왔다.

그때 알게 됐다.

피아노가 싫어진 것과 피아노를 좋아할 여유가 없어진 것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슬럼프가 왔을 때는 “더 해야 하나, 그만둬야 하나”를 바로 결정하기보다 지금 왜 피아노가 힘든지부터 한번 살펴봤으면 한다.

연습이 막힌 것인지, 마음이 지친 것인지, 실패가 남아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학생과 비교하고 있는 것인지.

원인을 하나씩 찾아보면 다시 피아노 앞으로 돌아갈 방법도 조금씩 보이기 때문이다.

ensoul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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