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렉스 2. 피아노를 칠 때 힘은 무조건 빼야 하는 걸까?
피아노를 배우면서 “힘을 빼야 한다”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특히 빠른 곡을 치거나 어려운 부분에서 자꾸 막히는 학생에게는 선생님도 자연스럽게 “힘 빼고 해봐”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런데 학생 입장에서는 이 말이 생각보다 어렵다.
힘을 빼라고 하니 손에 힘을 풀고, 팔도 축 늘어뜨리고, 손목도 최대한 부드럽게 만들어보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면 오히려 소리가 약해지거나 손가락이 건반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나는 피아노에서 릴렉스는 힘을 하나도 쓰지 않는 상태와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모든 음을 같은 힘으로 치고 있지는 않을까?
학생들의 연주를 들어보면 모든 음을 비슷한 힘으로 누르는 경우가 있다.
특히 기본기가 부족한 학생일수록 음 하나하나를 확실하게 내려고 하다 보니 손가락마다 힘이 많이 들어간다.
그런데 음악에서는 모든 음을 똑같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어떤 음은 조금 더 들려야 하고, 어떤 음은 지나가듯 연결되어야 한다. 박자의 강약도 있고, 멜로디와 반주가 서로 다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모든 음을 같은 힘으로 누르면 손가락이 계속 일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손가락에서 시작된 힘이 손목과 팔까지 이어지고, 학생은 결국 “팔에 힘이 들어간다”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나는 힘을 빼라고 하기 전에 모든 음을 똑같이 치고 있지는 않은지 먼저 들어보게 한다.
힘을 써야 하는 순간도 있다
피아노를 치면서 힘을 전혀 쓰지 않을 수는 없다.
소리를 내야 하고, 어떤 음을 강조해야 할 때도 있고, 큰 소리를 만들어야 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힘을 쓰는 것 자체가 아니라 필요하지 않은 순간까지 계속 힘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음을 강하게 치고 다음 음으로 넘어갔다면, 그다음 음까지 같은 힘을 계속 유지할 필요는 없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이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한번 힘을 주면 그대로 유지한 채 다음 음을 치는 것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슨에서는 힘을 주는 것보다 힘을 준 다음 다시 풀 수 있는지를 보기도 한다.
긴 음이나 쉬는 순간에도 힘을 계속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릴렉스를 생각할 때 나는 음과 음 사이만 보는 것은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길게 유지하는 음이 있을 때도 그렇다.
학생들은 음을 누르고 있는 동안 손과 팔에 힘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는 소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정도만 남겨두면 되는데, 처음 눌렀을 때의 힘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프레이즈가 끝나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한 문장이 끝났는데도 손과 팔에 힘이 남아 있으면 다음 문장으로 넘어갈 때 몸이 무거워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학생에게 소리만 듣게 하지 않고, 한 프레이즈가 끝났을 때 내 몸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도 느껴보게 한다.
팔을 흔든다고 릴렉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끔 학생이 힘을 빼려고 팔이나 손목을 흔드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본인은 열심히 릴렉스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면 금방 어깨가 올라가고 손목이 굳는다.
이런 모습을 보면 팔을 흔드는 동작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왜 다시 힘이 들어가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 문제일 수 있다.
피아노를 칠 때 필요한 힘과 필요하지 않은 힘을 구분하지 못하면 잠깐 몸을 흔들어도 연주가 시작되는 순간 다시 같은 힘을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 릴렉스는 피아노를 치기 전 몸을 한번 풀어주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주하는 동안 계속 불필요한 힘을 확인하고 줄여가는 과정에 가깝다.
힘을 빼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피아노를 계속 치면서 몸에 힘을 하나도 쓰지 않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음악 안에는 잠깐 힘을 내려놓을 수 있는 순간들이 있다.
음과 음 사이일 수도 있고, 긴 음을 유지하는 동안일 수도 있고, 프레이즈가 끝나는 순간일 수도 있다.
큰 도약을 하고 다음 위치에 도착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런 순간에 이미 필요 없어진 힘까지 계속 가지고 있으면 다음 동작을 시작할 때 다시 그 힘을 안고 움직이게 된다.
그래서 빠르게 연주해야 하는 학생에게는 무조건 힘을 빼라고 하기보다 어디에서 힘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를 찾아보게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릴렉스는 힘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피아노를 치면서 힘이 들어간다고 해서 힘을 모두 없애려고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필요한 힘까지 빼버리면 손가락이 건반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고 소리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힘을 써야 하는 순간에는 쓰고,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힘은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다.
학생에게 이것을 한 번에 설명한다고 바로 되는 것도 아니다.
처음에는 한 음을 치고 손에 남아 있는 힘을 느껴보고, 다음에는 프레이즈가 끝났을 때 어깨와 팔을 확인해보는 식으로 조금씩 익혀갈 수 있다.
결국 릴렉스는 “힘을 빼고 연주하기”보다 필요한 힘과 필요하지 않은 힘을 구분하면서 연주하는 것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다.
1편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힘이 들어가는 원인을 먼저 찾아보고, 그다음에는 연주하는 동안 힘을 언제 쓰고 언제 풀어야 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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