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스케일 연습, 입시곡 하기도 바쁜데 실기가 부족할수록 해야 하는 이유
피아노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에게 하농을 하라고 하면 반응이 비슷하다.
“입시곡 연습하기도 바쁜데 하농까지 해야 해요?”
특히 실기가 부족한 학생일수록 이런 생각을 하기 쉽다. 지금 당장 어려운 곡을 더 연습해야 할 것 같은데, 하농이나 스케일을 연습하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는 것이다.
나도 어릴 때는 그랬다.
나도 어릴 때는 하농이 너무 싫었다
바이엘을 마치고 체르니와 함께 하농을 시작했을 때, 나에게 하농은 쉬운 교재가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양손이 같은 계이름으로 움직이는 단순한 구조라 조금만 익숙해지면 그렇게 어려운 곡은 아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의 나는 1번을 끝내는 것도 힘들었다.
이유는 팔에 힘을 너무 많이 주고 쳤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피아노를 치고 나서 팔이 아픈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선생님도 “나도 어릴 때 그랬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나 역시 팔이 아프면 내가 연습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다.
지금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고 나서야 그게 꼭 좋은 연습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피아노를 오래 치기 위해서는 힘을 많이 쓰는 것보다 필요한 힘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그런데 왜 실기가 부족한 학생에게 하농을 시킬까?
학생의 입장에서는 하농보다 입시곡을 한 번 더 치는 것이 당장에는 더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기가 부족한 학생의 입시곡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곡 자체가 어려워서만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방법이나 조성을 익히는 것처럼, 곡을 치기 전에 필요한 기본적인 움직임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입시곡만 계속 반복하면 어려운 부분을 그 곡 안에서만 해결하려고 하게 된다.
나는 그래서 실기가 부족한 학생일수록 곡과 별도로 기본적인 패턴을 익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농을 시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하농에서 특히 중요하게 보는 것은 스케일이다
하농에는 여러 연습곡이 있지만 내가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39번이다.
장조와 단조의 스케일을 여러 조성으로 연습하는 부분이다.
학생들은 하농을 배우면서 앞부분의 번호를 계속 연습하다가 곡 연습에 밀려 스케일까지 충분히 해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면 하농을 손가락 운동 정도로만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손가락을 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스케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손가락을 빨리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여러 조성의 음을 직접 손으로 반복해서 익히면서, 나중에 곡에서 만나는 패턴을 낯설지 않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스케일을 해본 학생은 곡에서 낯선 부분이 조금 줄어든다
예를 들어 샾이나 플랫이 많이 붙은 조성의 곡을 처음 만났다고 해보자.
악보만 보면 음이 복잡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평소 그 조성의 스케일을 손으로 익혀본 학생이라면 적어도 음의 흐름이나 손가락의 움직임이 완전히 낯설지는 않다.
소나티네나 소나타를 배우면서도 이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곡 안에는 스케일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부분들이 계속 나온다. 평소 스케일을 연습했던 학생은 그런 패턴을 만났을 때 “이걸 처음 해본다”는 느낌이 조금 덜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이 실기가 부족한 학생에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곡을 빠르게 읽고 손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학생에게는 스케일이 익숙한 기본기일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움직임이 부족한 학생에게는 곡에서 계속 부딪히는 부분을 따로 연습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나도 대학에 가서야 스케일의 의미를 알았다
사실 나 역시 스케일을 처음부터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1학년 실기시험에 스케일이 포함된다는 것을 알고 급하게 준비했던 기억이 있다. 예중이나 예고를 나온 친구들은 어릴 때부터 스케일 시험을 봐서 익숙했지만, 나는 시험을 위해 외워야 하는 과제처럼 생각했다.
“점수만 받고 지나가면 되겠지.”
그때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화성을 공부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조성을 이해하고 음악의 흐름을 보려면 스케일이 단순한 손가락 연습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됐다.
그때서야 어릴 때부터 스케일을 꾸준히 배운 친구들이 왜 이것을 자연스럽게 치는지도 조금 이해하게 됐다.
학생들에게 스케일을 시켜보니 나도 차이를 보게 됐다
대학교 교수님의 추천으로 아이들에게 스케일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됐다.
바이엘을 시작하는 어린아이부터 전공을 준비하는 고등학생까지 스케일을 기본적으로 익혀두면 새로운 곡을 만났을 때 익숙한 패턴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거 전에 했던 것 같은데요.”
학생이 이렇게 말할 때가 있다.
곡이 똑같아서가 아니다. 손가락의 움직임이나 음의 흐름에서 이전에 연습했던 것과 비슷한 부분을 발견하는 것이다.
물론 스케일을 한다고 모든 곡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곡을 만났을 때 손과 귀가 참고할 수 있는 경험이 많아지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입시곡 연습 시간을 뺏는 것 같아도 필요한 이유
학생에게 “매일 스케일을 해”라고 하면 처음에는 좋아할 학생이 별로 없다.
나도 그랬으니까 이해한다.
특히 입시곡이 어려워지면 더 그렇다. 오늘 연습해야 할 곡도 많은데 스케일까지 해야 한다고 하면 “그 시간에 곡을 한 번 더 치는 게 낫지 않나?” 싶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스케일을 무작정 오래 시키지는 않는다.
짧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하고, 학생의 현재 실력에 따라 필요한 조성과 방법을 정해서 연습하게 한다. 중요한 것은 스케일 연습 시간이 길다는 것보다, 배운 패턴이 실제 곡에서 연결되는 경험을 갖는 것이다.
실기가 부족할수록 곡만 붙잡고 있지는 않았으면 한다
실기가 부족한 학생을 보면 마음이 급해진다.
입시곡을 빨리 완성해야 할 것 같고, 남들보다 연습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기본적인 연습을 줄이고 곡만 계속 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것은, 곡에서 계속 막히는 학생일수록 그 곡만 붙잡고 있는 것이 해결책이 아닐 때도 있다는 것이다.
어떤 학생에게는 손가락의 움직임을 다시 만들어주는 연습이 필요하고, 어떤 학생에게는 조성을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실기가 부족한 학생에게 오히려 하농이나 스케일 같은 기본 연습을 함께 시키게 된다.
입시곡을 하지 말자는 뜻이 아니다.
입시곡을 잘 치기 위해 필요한 것을 곡 밖에서도 따로 연습해보자는 것이다.
나도 어릴 때는 하농이 왜 필요한지 몰랐다.
그런데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금은 입시곡 연습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학생들이 싫어할 것을 알면서도 하농과 스케일을 시키게 된다.
특히 실기가 부족한 학생이라면 더 그렇다.
지금 당장 한 곡을 완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음 곡을 만났을 때 조금 덜 낯설게 느낄 수 있도록 손과 귀에 기본적인 경험을 쌓아두는 것도 입시 준비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