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 조성에 따라 음악의 성격도 달라질까?
피아노를 연주할 때 가장 먼저 무엇을 생각할까?
음부터 정확하게 확인하고, 리듬을 맞추고, 템포를 정하고, 악상기호를 살펴본다.
어디에서 크레센도를 하고, 어디에서 프레이즈를 만들어야 하는지도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를 더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고 본다.
이 곡은 어떤 성격의 음악인가?
이것을 생각할 때 조성이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
장조인지 단조인지, 어떤 조성으로 되어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고 그 곡의 큰 분위기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연기자가 대본을 받았다고 생각해보자.
대사를 외우기 전에 자신이 맡은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먼저 생각할 것이다.
밝은 사람인지, 차가운 사람인지, 활발한 사람인지, 조용한 사람인지 알아야 같은 대사도 그 인물답게 표현할 수 있다.
피아노도 비슷하다.
악보에 있는 음을 하나씩 정확하게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음들을 어떤 성격으로 들려줄 것인지 먼저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
조성에는 어떤 느낌이 있을까?
음악에서 조성은 곡의 중심이 되는 음과 음계의 관계를 말한다.
다장조(C major), 사장조(G major), 라장조(D major)처럼 같은 장조 안에서도 조성은 달라진다.
전통적으로 각 조성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나 색채를 이야기해왔다.
가장 큰 틀에서 보면 장조는 밝은 느낌, 단조는 슬픈 느낌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처음 음악을 배울 때 이렇게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실제 연주에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밝다고 해서 모두 같은 밝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밝은 음악도
- 따뜻하고 포근할 수 있고
- 화려하고 빛날 수 있고
- 힘차고 당당할 수 있고
- 긍정적이고 경쾌할 수 있고
- 조용하고 차분할 수도 있다.
단조도 마찬가지다.
슬픈 느낌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슬픔은 아니다.
- 어둡고 무거울 수도 있고
- 우울하고 가라앉을 수도 있고
- 비참하고 처절할 수도 있고
- 쓸쓸하고 외로울 수도 있고
- 조용하고 담담한 슬픔일 수도 있다.
그래서 장조와 단조를 단순히 밝음과 어두움으로만 외워버리면 실제 음악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그 큰 틀 안에서 이 곡의 밝음은 어떤 밝음인지, 이 곡의 슬픔은 어떤 슬픔인지 생각하는 것이다.
같은 장조라도 곡의 성격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장조의 곡을 연주한다고 해보자.
“장조니까 밝게 쳐야지.”
라고 생각하고 바로 건반을 누르는 것과
“밝은데 어떤 밝음이지?”
라고 한번 생각해보는 것은 다르다.
따뜻한 햇살 같은 밝음일 수도 있다.
화려한 무대 조명 같은 밝음일 수도 있다.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밝음일 수도 있다.
조용한 아침처럼 맑고 차분한 밝음일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같은 ‘밝게’라는 말도 연주 방법이 달라진다.
소리를 너무 무겁게 만들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로 힘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단단하게 들려줄 수도 있다.
화려한 느낌이라면 음의 선명함과 움직임을 살릴 수도 있고,
차분한 밝음이라면 소리를 서두르지 않고 길게 들을 수도 있다.
결국 조성에서 느낀 큰 분위기를 곡의 전체적인 성격으로 연결해보는 것이다.
단조의 슬픔도 모두 같지는 않다
단조라고 해서 무조건 어둡고 무겁게만 연주하는 것도 아쉽다.
어떤 단조는 깊고 어두운 느낌이 강할 수 있다.
어떤 곡은 슬프지만 격렬할 수 있고,
어떤 곡은 비참할 정도로 처절할 수도 있다.
반대로 슬픔이 있지만 담담하게 지나가는 음악도 있다.
같은 단조라도 곡의 빠르기, 리듬, 화성, 음역, 프레이즈에 따라 전혀 다른 성격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단조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거기에서 끝내지 말고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곡의 슬픔은 어떤 슬픔인가?”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곡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나는 곡을 연주하기 전에 성격부터 생각해본다
학생이 악보를 가지고 오면 음과 리듬부터 확인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어느 정도 악보를 읽을 수 있게 된 학생이라면 나는 한 가지를 더 생각해보라고 한다.
“이 곡은 어떤 성격일까?”
조성을 확인하고, 곡의 분위기를 생각해본다.
장조라면 밝다는 큰 틀에서 시작한다.
그다음 다시 묻는다.
“그런데 어떤 밝음이지?”
단조라면 슬프다는 큰 틀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그런데 어떤 슬픔이지?”
이 과정이 곡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연기자가 대본 속 인물을 연구하듯이 음악도 그렇게 바라볼 수 있다.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대사만 정확하게 외운다면 말은 맞아도 인물이 살아나지 않을 수 있다.
피아노도 비슷하다.
음과 리듬을 정확하게 치는 것만으로는 음악의 성격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때가 있다.
조성은 연주의 정답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조성마다 어떤 느낌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C장조는 무조건 순수하고, D장조는 무조건 웅장하고, A단조는 무조건 쓸쓸하다고 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같은 조성이라도 곡의 성격과 작곡가의 음악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성별 느낌은 정답표가 아니라 음악을 읽기 위한 참고자료로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느낌으로 시작해볼 수 있다.
| 조성 | 떠올려 볼 수 있는 느낌 |
|---|---|
| C장조 | 맑고 깨끗한 느낌 |
| G장조 |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 |
| D장조 | 밝고 힘찬 느낌 |
| A장조 | 화사하고 긍정적인 느낌 |
| E장조 | 화려하고 선명한 느낌 |
| F장조 | 부드럽고 차분한 느낌 |
| a단조 | 담담하고 쓸쓸한 느낌 |
| d단조 | 어둡고 무거운 느낌 |
| g단조 | 불안하고 깊은 느낌 |
| c단조 | 비장하고 강한 느낌 |
| e단조 | 애잔하고 그리운 느낌 |
| f♯단조 | 고독하고 어두운 느낌 |
이 표를 외우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직접 연주해보고 내가 느끼는 것과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내가 생각한 느낌과 다른 사람이 생각한 느낌이 달라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조성을 보고 곡의 성격을 한번 생각해보는 습관이다.
악보를 치기 전에 곡의 인물을 먼저 만들어보자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악보를 잠깐 바라본다.
조성을 확인한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이 곡은 어떤 사람일까?”
“밝다면 어떤 밝음일까?”
“슬프다면 어떤 슬픔일까?”
“따뜻한 사람일까, 차가운 사람일까?”
“조용히 이야기하는 사람일까, 힘 있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일까?”
이렇게 곡의 성격을 먼저 생각해본 뒤 연주해본다.
그러면 같은 음을 치더라도 내가 만들어야 할 소리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조성만으로 연주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리듬과 템포, 화성, 음역, 악상기호와 프레이즈를 모두 함께 봐야 한다.
다만 그 모든 것을 보기 전에 “나는 지금 어떤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가?”를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다.
피아노 연주는 악보에 적힌 음을 빠짐없이 재현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음들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읽고, 그것을 자신의 소리로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오늘 연습할 곡의 조성을 한번 확인해보자.
그리고 건반을 누르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된다.
“이 곡은 어떤 성격의 사람일까?”
그 질문 하나를 가지고 연주해보는 것만으로도 평소와는 조금 다른 음악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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