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피아노 전공 시작한 학생을 위한 기초 페달
늦게 피아노 전공을 준비하기 시작한 학생이나, 전공을 생각하고 있지만 기본기가 부족한 학생들을 만나면 페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보인다.
페달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학생도 있고, 오른쪽 페달만 계속 밟고 있는 학생도 있다. 악보에 페달 표시가 있으면 그대로 따라 하기는 하는데, 왜 그 타이밍에 밟고 떼야 하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기초가 부족한 학생이라면 더 그렇다.
입시를 준비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페달 세 개를 모두 자세하게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학생에게 필요한 페달이 무엇인지부터 보고, 기본적인 사용법을 익힌 다음 곡에서 필요한 만큼 넓혀가는 편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페달이 어려운 학생은 무엇부터 봐야 할까?
기초가 부족한 학생에게 페달을 가르칠 때 나는 먼저 오른쪽 페달부터 본다.
오른쪽 페달은 건반에서 손을 뗀 뒤에도 소리가 이어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학생이 이것을 단순히 ‘소리를 오래 내는 장치’라고 생각하면 계속 밟고 있게 된다.
그러면 새로운 화음을 연주해도 이전 화음의 울림이 남는다. 음 하나하나가 따로 들리지 않고 소리가 섞이면서 전체가 흐릿해질 수 있다.
학생은 분명히 페달을 잘 밟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들어보면 오히려 소리가 무거워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페달을 처음 배울 때는 얼마나 깊이 밟는지보다 언제 밟고 언제 바꾸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른쪽 페달은 계속 밟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바꾸는 순간에 바꿔야 한다
학생이 페달을 어려워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부분이 바로 이 타이밍이다.
예를 들어 한 화음에서 다음 화음으로 넘어간다고 해보자.
새로운 화음을 연주하면서 이전 화음의 페달을 그대로 밟고 있으면 두 화음의 울림이 겹친다. 반대로 새로운 화음이 나오기 전에 너무 일찍 페달을 떼면 소리가 갑자기 끊길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는 새로운 화음을 누른 뒤 페달을 바꾸는 방식으로 연습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싱코페이티드 페달링이나 레이트 페달링이라고 부르는 방법이다.
이런 연습을 해보면 학생도 ‘페달을 밟는다’는 생각에서 조금 달라지게 된다.
페달의 움직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만드는 화음의 변화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페달을 깊게 밟는다고 무조건 좋은 소리가 나는 것은 아니다
오른쪽 페달의 깊이도 생각해야 한다.
끝까지 깊게 밟는 것과 조금만 밟는 것은 소리가 다르다. 잔향의 양도 달라지고 음의 선명함도 달라진다.
특히 곡의 어느 부분에서는 페달을 깊게 밟아 풍성한 울림을 만드는 것이 필요할 수 있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너무 많은 울림이 오히려 음악을 흐리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학생에게 처음부터 ‘하프 페달을 완벽하게 해봐’라고 하기보다, 같은 부분을 페달 없이 연주해보고, 깊게 밟아보고, 조금만 밟아보게 한다.
직접 들어보면 차이가 분명하게 생긴다.
그리고 그 차이를 느끼기 시작하면 페달을 얼마나 깊이 밟는지도 조금씩 조절하게 된다.
기초가 부족한 학생은 페달보다 손과 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페달이 잘되지 않는 학생에게 페달만 계속 연습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닐 수 있다.
손으로 화음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데 페달을 많이 사용하면 오히려 그 문제가 가려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코드가 바뀌는 순간 손이 정확하게 움직이지 않는데 페달까지 계속 밟고 있으면 학생은 소리가 이상하다는 것만 느낄 뿐,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찾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나는 기초가 부족한 학생에게는 먼저 페달 없이 연주하게 한다.
화음이 바뀌는 위치가 정확한지, 멜로디가 제대로 들리는지, 손가락이 불필요하게 힘들어하지 않는지를 확인한 뒤 페달을 넣는다.
페달이 손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왼쪽 페달과 가운데 페달은 꼭 처음부터 배워야 할까?
피아노에는 세 개의 페달이 있지만 입시를 준비한다고 해서 모두 같은 비중으로 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왼쪽 페달은 그랜드 피아노에서는 우나 코르다(una corda)로 음색의 변화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소리를 작게 만드는 페달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다르게 사용하게 된다.
실제로 왼쪽 페달을 사용하면 음색이 달라진다. 그래서 특정 부분에서 소리를 부드럽게 바꾸거나 색채를 달리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가운데 페달은 그랜드 피아노에서 소스테누토(sostenuto) 기능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선택한 음을 유지한 채 다른 음을 연주할 수 있게 해준다.
다만 업라이트 피아노에서는 가운데 페달의 기능이 다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학생이 사용하는 피아노가 어떤 악기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기초가 부족한 입시생이라면 오른쪽 페달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먼저이고, 왼쪽이나 가운데 페달은 실제 곡에서 필요한 부분이 생겼을 때 배우는 것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페달을 연습할 때는 눈보다 귀로 확인해야 한다
페달은 악보에 표시된 것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소리를 들어야 한다.
같은 부분을 세 가지 방법으로 연주해보는 것도 좋은 연습이 된다.
| 연주 방법 | 확인할 것 |
|---|---|
| 페달 없이 연주 | 화음과 멜로디가 정확한지 |
| 페달을 계속 밟기 | 울림이 어떻게 섞이는지 |
| 화음이 바뀔 때 페달 교체 | 소리가 얼마나 선명해지는지 |
이렇게 녹음해서 비교해보면 더 잘 들린다.
연주할 때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녹음해서 들어보면 화음이 너무 많이 섞여 있거나, 페달을 떼는 순간 소리가 뚝 끊겨 있는 경우도 있다.
페달은 발의 움직임만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소리를 다시 듣는 과정이 함께 있어야 한다.
페달을 밟을 때 몸의 움직임도 생각해야 한다
페달을 사용하다 보면 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몸의 중심도 조금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오른쪽 페달을 오래 사용하다 보면 상체가 한쪽으로 기울거나 왼발과 오른발의 위치가 달라지면서 앉은 자세가 불안해지는 학생도 있다.
나도 연주하면서 이런 부분을 신경 쓰게 됐는데, 페달을 밟는 동안 왼발이 몸을 받쳐주는 축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페달을 잘 밟는 것만큼 페달을 밟으면서도 몸의 중심이 무너지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입시곡처럼 긴 시간 연주해야 하는 곡에서는 이런 작은 차이가 연주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입시를 준비한다면 페달은 어디까지 익히면 될까?
기초가 부족한 학생이라면 페달을 처음부터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지금 단계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오른쪽 페달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화음이 바뀔 때 페달을 바꾸고, 소리가 지나치게 섞이지 않는지 듣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다음 곡에서 필요한 만큼 페달의 깊이를 조절하고, 하프 페달이나 조금 더 세밀한 페달링을 익혀가면 된다.
왼쪽 페달은 음색을 바꾸는 것이 필요한 곡에서 배우고, 가운데 페달도 레퍼토리에서 실제로 필요할 때 익히는 식으로 순서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페달을 잘한다는 것은 세 개의 페달을 모두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지금 연주하는 곡에서 어떤 소리가 필요하고, 그 소리를 만들기 위해 언제 밟고 언제 떼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것에 더 가깝다.
나 역시 피아노를 배울 때는 페달을 체계적으로 배웠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대학에 와서 쇼팽이나 드뷔시 같은 곡을 공부하면서 같은 페달이라도 언제 밟고 얼마나 사용하느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는 것을 직접 부딪혀가며 알게 됐다.
그래서 기초가 부족한 입시생에게도 페달을 어려운 기술처럼 많이 가르치기보다, 지금 연주하는 곡에서 소리를 어떻게 바꾸고 싶은지를 먼저 들어보게 하는 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페달은 발로 밟는 기술이지만 결국 마지막에 확인해야 하는 것은 발의 움직임이 아니라 귀에 들리는 소리인 것 같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