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이름을 알아도 악보 읽기가 느리다면? 화음 패턴과 다음 음형 미리 보기
계이름을 물어보면 대답을 잘하는데, 새로운 곡을 읽는 데는 유난히 오래 걸리는 학생이 있다. 내가 지도한 학생 중에도 새 곡을 매끄럽게 연주하기까지 3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가 있었다. 피아노를 못 치는 학생은 아니었다. 그런데 악보를 읽을 때 음 하나를 확인하고 손을 움직인 뒤, 다시 다음 음을 찾고 있었다.
이런 학생에게 나는 패턴을 보라고 한다. 음의 간격과 모양을 한꺼번에 보는 것이다. 자주 나오는 화음과 펼침화음을 눈으로 익히고, 지금 치는 동안 다음에 칠 음형을 미리 읽는 연습을 시킨다.
음 하나씩 찾는 대신 간격과 모양을 함께 본다
악보를 읽을 때 모든 음을 하나씩 확인하면 음이 많아질수록 읽어야 할 것도 늘어난다. 도를 찾고, 미를 찾고, 솔을 찾는 동안 손은 다음 음을 기다리게 된다. 그래서 계이름을 알고 있는 학생에게는 음들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함께 보게 한다.
예를 들어 도–미–솔은 3도씩 올라간다. 도–미–솔–도라면 앞의 두 간격은 3도이지만 마지막 솔–도는 4도로 더 넓어진다. 모두 같은 간격으로 건너가는지, 마지막에만 간격이 벌어지는지 보는 것이다. 같은 방향으로 올라가는 음형이라도 모양의 차이를 알아야 다음 움직임을 준비할 수 있다.
나는 학생이 이런 차이를 악보에서 직접 찾게 한다. 계이름을 생략하고 대충 모양만 보고 치라는 뜻은 아니다. 시작하는 음과 조표·임시표를 확인하면서, 그 뒤에 이어지는 간격과 방향을 묶어서 읽는 것이다. 개별 음을 아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음들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게 한다.
자주 나오는 화음은 모음화음과 펼침화음을 함께 익힌다
곡에서 자주 만나는 화음은 눈으로 익혀두게 한다. 으뜸화음, 버금딸림화음, 딸림7화음이 대표적이다. 여러 음이 동시에 나오는 모음화음뿐 아니라, 그 음들이 차례로 나오는 펼침화음과 아르페지오도 함께 본다.
다장조를 예로 들면 으뜸화음의 구성음은 도–미–솔, 버금딸림화음은 파–라–도, 딸림7화음은 솔–시–레–파다. 동시에 쌓여 있을 때의 모양과 펼쳐져 있을 때의 모양을 연결해두면, 음이 따로 적혀 있어도 익숙한 화음의 구성음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
| 다장조의 예 | 눈으로 확인할 내용 |
|---|---|
| 도–미–솔 | 3도 간격으로 이어지는 으뜸화음 |
| 파–라–도 | 같은 간격의 모양이 다른 위치에 있는 버금딸림화음 |
| 솔–시–레–파 | 네 음이 3도씩 이어지는 딸림7화음 |
| 도–미–솔–도 | 마지막 솔–도에서 간격이 더 넓어지는 아르페지오 |
실제 곡에서는 음의 순서나 배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한 가지 모양만 외워서 모든 곳에 적용하지는 않는다. 익숙한 음형을 찾되, 어느 음에서 간격이 달라지는지도 함께 살핀다.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전에 본 것 같다’는 느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부분과 달라진 부분을 알아보는 눈이다.
지금 연주하는 동안 다음 패턴을 미리 읽는다
패턴을 알아보아도 다 치고 나서 다음 것을 찾으면 연주는 계속 끊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치는 동안 다음에 칠 패턴을 미리 보게 한다. 손이 현재 음형을 연주하는 사이에 눈은 다음 음형의 시작 위치와 모양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때 다음에 볼 범위가 꼭 한 마디일 필요는 없다. 학생이 알아볼 수 있는 짧은 음형이나 화음부터 묶어본다. 지금 치는 부분과 같은 모양인지, 위나 아래로 옮겨갔는지, 간격이 달라지는 곳은 없는지 먼저 살핀다. 한꺼번에 많은 음을 읽으려고 하기보다 알아본 패턴을 다음 패턴과 연결하는 연습이다.
곡을 외운 뒤에도 악보에서 필요한 부분을 찾아 읽게 한다. 전체는 익숙하게 치면서도 특정 부분의 왼손이나 리듬을 다시 확인하라고 하면 막히는 학생이 있기 때문이다. 모르는 개념은 먼저 가르치지만, 배운 뒤에는 학생이 직접 악보에서 찾아보게 한다. 레슨에서 한 곡을 따라 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곡에서도 스스로 읽으려면, 악보를 보고 판단하는 과정이 학생의 연습 안에 남아 있어야 한다.
악보 읽기가 느릴 때 확인할 것
- 간격과 모양을 함께 본다: 같은 간격이 반복되는지, 어느 음에서 더 넓어지는지 찾는다.
- 화음의 여러 모습을 익힌다: 자주 나오는 모음화음과 펼침화음·아르페지오를 연결해서 본다.
- 다음 패턴을 미리 읽는다: 현재 음형을 연주하는 동안 다음 시작 위치와 모양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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