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유 정보공유

피아노를 잘 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

피아노를 잘 치는 선생님이 반드시 잘 가르치는 선생님일까? 연주 실력과 지도 능력은 왜 다를 수 있을까? 피아노를 배우고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며 나는, 좋은 선생님에게 필요한 것은 뛰어난 연주뿐 아니라 학생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해시키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 역시 학생이었을 때 피아노를 잘한다고 생각했던 부분에서 의외의 문제를 발견한 적이 있다. 그 경험이 훗날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도 많은 영향을 줬다.

피아노 연주 실력과 지도 능력은 왜 다를까

연주자는 자신의 음악을 잘 표현하면 되지만, 선생님은 학생이 왜 그렇게 연주하고 있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 같은 부분을 어려워하는 학생이라도 원인이 모두 같지는 않기 때문에, 직접 시범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특히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자연스럽게 잘했던 사람은 자신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설명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본인에게는 너무 당연했던 과정이라 학생이 막히는 이유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나는 학생 때 이런 차이를 직접 경험했다.

피아노 터치와 옥타브 연주에서 내가 겪었던 문제

나는 옥타브가 많이 나오는 곡을 비교적 어렵지 않게 치는 편이었다. 그런데 손을 벌려 옥타브를 칠 때 손가락 관절이 안쪽으로 무너지는 문제가 있었고, 나 스스로는 그걸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입시를 준비하면서 만난 한 선생님은 음악적으로 굉장히 뛰어난 분이었다. 어느 날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사냥>을 쳤는데, 내 연주를 듣고 이렇게 말했다.

“유리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난다.”

나는 꽤 충격을 받았다. 잘 치고 있다고 생각했던 연주에서, 내가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문제를 한마디로 짚어냈기 때문이다.

터치에도 문제가 있었다. 나는 손을 건반 가까이에 두고 자연스럽게 소리를 만들어내기보다 손을 들어 올렸다가 위에서 내려치는 습관이 있었고, 그 때문에 부드럽게 이어져야 하는 선율에서도 소리가 딱딱하게 들렸다.

어느 날 선생님께 물었다.

“저는 왜 선생님 같은 소리가 안 날까요?”

선생님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글쎄, 나는 원래부터 됐는데?”

그때는 조금 허탈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

피아노를 잘하는 사람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

본인에게는 자연스럽게 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이런 느낌이야”, “조금 더 부드럽게 해봐”라는 말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학생도 있다.

나도 학생일 때 여러 가지를 어려워했다. 왜 나는 피아니스트처럼 작은 소리가 잘 나지 않는지, 왜 악보를 읽다가 임시표가 많아지면 갑자기 어려워지는지, 왜 같은 연습을 해도 내가 원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지 하나씩 고민했었다.

그런 경험들이 선생님이 된 후에는 오히려 도움이 됐다. 학생이 “왜 안 되죠?”라고 물었을 때 내가 예전에 같은 문제로 고민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한 번 더 다른 방법으로 설명해보게 됐다.

그러면서 알게 됐다.

내가 고민했던 만큼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쉽게 했던 부분보다 잘되지 않아서 오래 고민했던 부분이 학생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학생을 이해하는 능력과 피아노 연주 실력은 다르다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서는 피아노 실력 외에도 학생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는 나와 정반대였던 동생을 보면서 배운 것도 많았다.

나는 어릴 때 피아노 선생님을 좋아했고 악보도 비교적 잘 읽는 편이었다. 그래서 선생님에게 칭찬받는 일이 많았다. 반면 동생은 피아노를 싫어해서 선생님 앞에서 피아노를 걷어찰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동생이 나중에는 피아노를 전공했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는 나와 또 다른 강점을 보였다. 아이를 대할 때 “아이들은 원래 그렇다”고 말하곤 했는데, 책에서 배운 아동심리와는 조금 달랐다.

동생은 아이를 직접 가르치면서 아이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어느 순간에 마음이 닫히는지를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나 역시 아이들을 이해하고 싶어서 심리학 책이나 강의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실제로 아이를 만나고 부딪치면서 배우는 것과는 또 다른 부분이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좋은 선생님에게 필요한 능력이 단순히 피아노 연주 실력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좋은 피아노 선생님을 선택할 때 살펴볼 것

그래서 선생님을 선택할 때 연주 실력이나 유명세만 보는 것은 조금 아쉽다고 생각한다. 물론 선생님의 연주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레슨을 받는다면 그보다 실제 수업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이가 어려워하는 부분을 어떻게 찾아내는지, 설명을 들었을 때 아이가 이해하는지, 잘 안 될 때 다른 방법을 찾아주는지를 보는 것이다.

결국 아이가 레슨을 받는 이유는 선생님의 연주를 구경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연주를 바꾸고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나도 학생이었을 때는 잘 치는 선생님을 보면 그 자체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잘 치는 능력과 잘 가르치는 능력은 서로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분명 다른 능력일 수 있다.

좋은 선생님은 자신의 연주를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학생이 어디에서 막히는지 세심하게 살피고, 그 이유를 함께 찾아가며, 학생의 속도에 맞는 방법으로 다시 설명해준다. 때로는 선생님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과 실패의 경험이 학생을 이해하는 가장 깊은 바탕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좋은 피아노 선생님을 찾을 때는 얼마나 잘 치는지만 보지 말고, 내 아이의 소리를 얼마나 주의 깊게 듣는지, 어려움을 얼마나 정확히 알아차리는지, 끝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설명해주는지를 살펴보면 좋겠다.

결국 좋은 레슨은 선생님의 실력을 증명하는 시간이 아니라, 학생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해가는 시간이어야 한다.

ensoul411

함께 보면 좋은 글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error: Content is protected !!